누구에게나 자기가 이상할정도로 애정을 갖게 되는 밴드 하나 둘쯤 있다. 내게는 영국 런던에서 온 백신스도 그 중 하나다. 한국에선 데뷔때 잠깐 현지와 해외 호평덕에 데뷔앨범이 주목받고 이름을 알리게 되었지만 이젠 대부분에게는 그때 그냥 반짝 수면위로 올랐던 밴드의 이름정도로 기억되고 있을 밴드.
백신스의 새 앨범에 수록된 i can’t quit은 평소의 그들다운 곡이다. 신나지만 그 아래 깔려있는 우울한 정서는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하면서도 가라앉게 만든다. 이번 앨범이 잘빠진만큼 올해도 한국에서 볼수있었으면 좋겠다.
카테고리
내 기억도 카테고리화 되어 분류, 정리되면 좋겠다 싶다가도 원치 않는 기억들까지 떠오르게 되었을때를 상상해보면 역시 그건 좋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
2017년 즐겨들었던 앨범
늦었지만 2017년 즐겨들었던 앨범들. 한국앨범은 가나다순, 그외 지역 앨범은 ABC 순 .
Arca - Arca
Bjork - Utopia
Brian Eno x Tom Rogerson - Finding Shore
Boris - DEAR
Charlotte Gainsbourg - Rest
Clark - Death Peak
cornelius - mellow waves
Converge - The Dusk In Us
Curtis Harding - Face Your Fear
Dvsn - Morning After
Fazerdaze - Morningside
FKJ - French Kiwi Juice
Flamingosis - A Groovy Thing
Four Tet - New Energy
Hogni - Two Trains
Jlin - black origami
Julien Baker - Turn Out The Lights
Kaitlyn Aurelia Smith - The Kid
kasabian - For Crying Out Loud
Kendrick Lamar - DAMN
King Krule - The Ooz
LCD Soundsystem - American Dream
miguel - War & Leisure
Mount Kimbie - Love What Survives
PAELLAS - D.R.E.A.M
Pharmakon - contact
Power Trip - Nightmare Logic
Ryuichi Sakamoto - Async
Sampha - Process
Shigeto - The New Monday
Sevdaliza - Ison
SZA - ctrl
Thundercat - Drunk
The Bug vs. Earth - Concrete Desert
The XX - I See You
The War on Drugs - A Deeper Understanding
Tyler, The Creator - Flower boy
Toro y Moi - Boo Boo
vince staples - Big Fish Theory
Yogee New Waves - WAVES
검정치마 - team baby
김심야 X 손대현 (kim ximya x d.sanders ) - moonshine
나이트템포 (night tempo) - fantasy
새소년 - 여름깃 EP
세이수미 (Say Sue Me) - Semin EP
오프온오프 (offonoff) - boy
예지 (yaeji) - EP 2
전자양 - 던전 2
파라솔 - 아무것도 아닌 사람
기대
기대는 참 무섭다. 시간이 쌓인만큼 견고하다 믿었던 관계가 실은 그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걸 알게 해준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생기지도 않을 상처들이 늘어나고 그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기대는 늘 나를 방심하게 하고 경험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때가 많다. 내가 타인의 기대에 절대 부합할수없듯 타인 역시 내 기대에 부합할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새 기대하고 무너져버린다.
타인과 나는 늘 많은 걸 바란 게 아니라면서 서로에게 실망한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인간은 없다는 걸 늘 머리맡에 새겨놓고도 슬그머니 기어 올라오는 기대를 막지 못한다. 더이상 낯출게 없는 기대치라 생각해도 늘 현실은 나의 기대치보다 낮은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에게 타인이 그랬듯 타인이 내게 그랬듯 늘 우린 같은 곳에 서서 역할놀이를 하며 기대하고 실망한다. 기대는 늘 내 안에 숨어있다가 내가 타인에게 좀 더 절실해질때 혹은 당연시할때 보란듯이 내앞에 나타나 나를 무너뜨리고 만다.
2018
지난 해의 끝과 새 해의 시작에 여행을 떠났다. 작년엔 운좋게 다른 해에 비해 여행들을 꽤 다닐수 있었는데 올해도 작년만큼만 여행할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2017년을 돌이켜보면 이전의 시간들에 비해 지지않을 정도로 엉망이고 부끄러웠던 한해였다. 카페에 진열된 맛있어보이는 타르트나 치즈케잌처럼 나의 지난 한 해도 그리 보이면 좋겠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엉망인 영화를 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듯 엉망인 한해를 보내면서 배운 것들도 좀 있었다고 생각하려 한다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올 해 첫 책은 미시마 유키오의 ‘목숨을 팝니다’를 읽고 있는데 죽기 몇년전 다른 작품과는 다른 톤을 가진 작품이다. 이 책의 처음엔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역시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불확실한 것이다.’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지만 새해 첫 시작부터 이런 문구를 보고 있으면 다시 불안이라는 먹구름이 내 머리위에 한가득 머물고 있는 것 같다. 뭐 새해라는게 늘 다짐과 기대 그리고 불안들이 가득한건 사실이지만. 뭐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새해는 이미 열흘 넘게 지나갔다. 새해엔 잘지내고 싶다. 잘지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게 어디있겠냐만은 새해니까 그래도 이정도 바램은 괜찮겠지?
커피 필터
핸드 드립을 즐겨 마신다. 요즘 같은 겨울엔 추운 날씨와 정반대의 따뜻함이 있는 카페에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원두를 구매한뒤 집에서 마실때가 많다. 원두는 보통 100g정도를 사는 편인데 200g을 사게 되면 마시는 횟수에 비해 양이 많아 맛과 향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포트의 물이 끓는다. 커피 필터 위에 담겨진 분쇄된 원두에 물을 부어 30초정도 뜸을 들인다. 커피가 조금씩 부풀고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작은 거품소리 같은 것도 들린다. 그리고 연갈색의 커피색이 하얀 필터로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바라본다. 이 후 천천히 원을 그리며 따뜻한 물을 붓고 서퍼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진한 커피향을 맡고 200ml 가까이 채워지길 기다린다. 커피를 만드는 동안 따뜻한 물을 부어놨었던 잔을 비우고 막 만들어진 커피를 붓는다. 향을 음미하면서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커피를 다 마신 후 싱크대에 가보면 커피색으로 변한 커피필터와 많은 향이 날아가버린 커피 찌꺼기가 보인다. 이 필터와 찌꺼기를 쓰레기 통에 버린 후 커피 잔과 서퍼, 드리퍼등을 물로 헹궈놓는다. 이 후 다시 커피가 먹고 싶으면 위의 행위를 반복한다. 그러다보면 원두와 커피 필터는 금세 동이 난다. 다시 새로 산 커피 필터위에 새로 산 원두를 붓고 따뜻한 물로 뜸을 들이며 하얀색의 필터가 서서히 연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바라본다. 지금 내가 할수있는 건 그저 커피가 스며드는 필터를 바라보면서 빠르게 식어버릴 커피가 조금 더 오랫동안 따뜻하고 맛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 것밖엔 없다.
숨쉬는 밤
이른 저녁, 나는 전 날의 수면부족으로 평소보다 빠르게 잠이 들었다. 평소라면 기본 새벽2시는 되어야 슬슬 잘준비를 했을텐데 피로감이 다른 날과는 조금 달랐다. 늘 자기 전 한편 씩 보던 미드도 보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누운지 몇분이 되지 않아 잠에 빠졌고 꿈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러다 번쩍, 눈이 뜨였다. 눈 앞은 캄캄했다. 다시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왠지 이른 새벽인 것 같았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 다시 잠들수 있기를 바랬다. 그런데 이 때, 거실에서 고양이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집의 장판에 솜방망이 같은 고양이의 발이 마찰될때의 소리가 분명했다.
이상했다. 나는 집에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다시 자야 하는데, 키우지 않는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다니 이건 꿈인가싶었다. 하지만 낮에 잘 들리지 않는 냉장고의 숨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것을 봐선 꿈이 아니었다.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자려고 할때 냉장고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고 톡. 토옥. 톡톡. 고양이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내가 잠든 침실을 향해 걷다가 멈추는 것을 반복하는 것 같았다. 조금씩 더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여전히 눈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오늘 밤 쉽게 잘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소리나는 쪽을 천천히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톡. 톡. 고양이의 걸음이 들리다가 이내 멈췄다. 나는 어둠을 가만히 응시하다 다시 몸을돌려 천장을 바라보는 평소의 자세로 누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소리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싱크대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분명했다. 긴장이 풀리고 눈을 감았다. 냉장고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고, 집안의 가구도 가끔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때, 부드러운 뭔가가 내 오른쪽 귀와 뺨을 지나 오른팔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몸이 굳어버렸다. 갑자기 호흡이 일정하지않고 불규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흐르지 않는데도 흐르는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고양이가 분명한 것 같았다. 어디서 들어온건지 궁금하기보단 지금 이 낯선 동물이 내 몸을 훓고 지나간 느낌이 소름끼쳤다. 고양이가 내 오른손등을 비비기 시작하더니 내 배위로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무거운 느낌은 아닌 거 보니 성묘는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양이의 품종까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몸은 여전히 굳어있었고, 호흡은 가빴다. 평소 고양이를 싫어하지 않지만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데 지금 누워있는 내 몸위로 고양이가 가만히 올라와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고양이는 얼굴 근처로 머리를 들이밀고 냄새를 맡기도 하고, 부드러운 발로 얼굴을 툭 툭 건들기도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뜰뻔했지만 겨우 참았다. 눈을 뜨고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는 고양이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고 고양이가 어디론가 사라지길 바랬다. 모든 문과 창문이 닫혀있지만 그래도 사라지길 바랬다. 고양이가 코와 눈두덩이를 핥기 시작했다. 까칠한 느낌. 이것은 고양이 혀에 있는 미세한 돌기였다. 눈을 뜨고 싶지 않은데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어지고 눈을 힘주어 감는 것이 더 힘들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노란 빛. 어둠 속에서 고양이의 두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미동도 없이 내 눈을 바라볼뿐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가까이 고양이의 눈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깊은 어둠속에서 이렇게 밝은 광채를 내뿜다니 순간 무섭기보다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내게 무슨 할말이 있어 집에 찾아왔을까 싶었다. 고양이는 울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 가만히 내 위의 고양이의 노란 빛을 바라봤다.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굳었던 몸이 풀리기 시작하고, 불규칙적인 호흡이 안정적으로 바뀔때 나는 어둠 속의 노란 빛이 꺼져가는 것을 보며 다시 잠이 들고 말았다. 나는 그 때 이후 그 고양이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2017
A
A는 오늘따라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눈 앞의 여자친구가 불과 50cm도 안되는 거리를 두고 어제 막 종영한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말하고 있는데도 눈만 마주치고 미세한 웃음을 보이는 식의 리액션만 할뿐이었다. 내 말을 듣고있냐 묻는 여자친구에게 평소와는 달리 미안해 하지도 않고 A는 왜 이렇게 모든 것에 집중이 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화가 난 A의 여자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문을 나서고, 주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눈을 흘기며 여전히 테이블에 앉아있는 A를 쳐다봤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멍하지?’ A는 카페 한켠에 놓인 얼음물을 불투명 플라스틱 컵에 따라 마셨다. 말을 할수도 없고, 들을수도 없고 오늘따라 마음이 왜 이럴까싶은 A는 일단 카페를 나가 걷기로 했다.
8차선 도로가 보이는 카페앞은 이미 많은 인파로 북적거리고 근처 버스정류장앞에서 멈춰섰다 출발하는 자동차 소음이 끊이질 않았다. A는 조금 더 조용한 근처 주택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내 정적이 찾아왔고, 이 주택가를 걷는 외지인은 A밖에 없어 보였다.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할머니나 가끔 무리지어 뛰어노는 꼬마들만 보일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몸에 무슨 문제가 있나?’ A는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며 순간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동네 개인 의원에 찾아갔더니 더 큰 종합병원으로 가라하고 그 곳에서 뇌에 문제가 생겼음을 확인한뒤 병원 입구 근처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서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며 엉엉 우는 것까지 단 30초만에 생각해냈다. A는 너무 뻔한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괜한 머리를 한번 스윽 만지며 계속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A는 거리가 너무 조용한게 조금씩 꺼림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주택가 어디에도 불빛이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티비 잡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A는 휴대폰을 꺼내 지도 앱을 켰다. 이상하게도 A의 위치는 여자친구와 만났던 카페로 나오고 있었다. A는 꺼림칙해하며 핸드폰을 다시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시 걷기 시작하자 조금씩 아까 들리지 않던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잡담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거리엔 사람이 한명도 보이지 않아 두려웠지만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계속 걷는 것외엔 어찌할 도리가 없어보였다. 주택가 골목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A는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골목의 끝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가 있었다. 왠지 익숙한 이름을 가진 곳이었지만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카페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계속 걷느라 갈증이 난 A는 카페 한켠에 놓인 얼음물을 마시며 주위를 돌아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혼자 앉아있는 여자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A가 그녀의 앞에 앉자마자 그녀가 불만섞인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 지금 내가 하는 얘기 듣고있어? ” A는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이 좋다.
겨울에 태어나 겨울이 죽도록 싫은 사람들도 많지만 분명 나처럼 겨울이 좋은 사람들도 꽤 될꺼라 생각한다. 겨울은 나가기 전 준비를 많이 해야한다. 따뜻한 외투 와 장갑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따뜻한 이불까지 발로 차고 나서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손발이 시리고,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데도 이상하게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걷고 싶다. 밖에서 오래 걸으면 감기에 걸리거나 온몸이 얼어버려 몇일 집에서 꼼짝않고 있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밖에서 걷는게 좋다. 봄이나 여름, 가을보다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기 쉽지 않은 계절인데다가 날씨가 추워 소변이 금방 마려운데도 나가고 싶다. 눈이 없어도 좋고 모든 건물이 다 얼어버릴 것 같은 표정을 해도 이 겨울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고요한 겨울밤은 여름밤만큼이나 좋아하는 밤이다. 추위가 모든 걸 삼켜버린 밤에 하얀 입김을 내뿜고 두터운 외투를 입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 카페에 들어가서 마시는 따뜻한 차와 수다가 좋다. 추운 겨울 따뜻한 방에 누워 책을 읽거나 , 수면양말을 신은채 컴퓨터앞에 앉아있는 것도 별미다. 폭신한 솜이불 혹은 극세사를 무릎까지 덮고 산더미 같이 쌓인 귤더미 옆에서 손톱 끝이 노랗게 될때까지 귤을 먹으며 만화책을 보는 것 역시 얼마나 좋은가?
잠든 사이, 아침에 맞이하는 눈덮힌 골목의 풍경도 좋다. 이 풍경은 같은곳에서 꽤 오래봤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나에게 겨울은 추위를 참는 계절이 아니다. 어깨끝이 떨리고, 발끝이 시려도 찬 바람을 맞고 싶은 계절이다. 11월 중순. 거리의 사람들의 손이 외투로 들어가고, 걸음이 빨라짐을 느낀다. 이번 겨울은 내게 무엇을 가져다 줄까? 올해 겨울은 겁이 나기보단 기대가 크다.